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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불교 음식문화와 발효 채식 요리

1. 불교 율법과 고려시대 음식문화의 전환고려시대는 불교가 국교로 자리 잡으며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불살생(不殺生)과 청정한 삶을 강조하는 불교 율법은 식문화에도 깊숙이 스며들었다. 고기나 생선을 피하고 곡물, 채소, 콩류를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했으며, 이를 단조롭지 않게 만들기 위해 발효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왕실에서 열리는 불교 의례와 사찰에서 진행되는 법회에는 육류가 배제된 음식이 제공되었고, 발효 채식 요리는 단순한 절약이나 보존의 차원을 넘어 수행자의 정신 수양과 연결되었다. 고려시대 불교 음식문화는 발효라는 도구를 통해 채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맛과 영양을 균형 있게 채워주는 방식을 만들어냈다. 2. 발효 채식 요리의 다양성과 조리 원리고려시대 사찰에서 만들어진 발효 ..

일본 미소·중국 두반장과 한국 된장의 비교

1. 장류 발효의 출발점과 세 나라의 차이한국·일본·중국의 장류는 모두 콩을 중심으로 발효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시작점에서부터 다른 길을 걸었다. 한국 된장은 삶은 콩을 띄운 메주에서 시작해 소금물에 담가 숙성한다. 일본 미소는 쌀이나 보리에 누룩을 더해 일정한 발효 균주를 이용하는 점이 특징이며, 중국 두반장은 콩에 고추·밀가루·향신료를 더해 장기간 숙성시키며 강렬한 맛을 완성한다. 세 나라 모두 발효를 통해 단백질을 분해하고 감칠맛을 얻지만, 사용하는 원료와 미생물 관리 방식이 달라 서로 다른 성격을 띠게 되었다. 결국 장류는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했으나, 각 문화권의 기후와 취향에 맞게 진화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2. 된장·미소·두반장의 맛과 향의 결된장은 구수하고 짭조름한 맛 속에 묵직한 깊..

콩 발효와 단백질 분해의 과학

1. 콩 단백질이 발효로 변신하는 과정콩은 본래 단백질이 풍부하지만, 생콩 상태에서는 소화 효율이 낮고 항영양소가 많아 흡수에 한계가 있었다. 발효 과정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였다. 먼저 콩을 삶아 단백질 구조를 느슨하게 만든 뒤, 곰팡이나 세균이 자라면서 다양한 효소가 분비된다. 특히 프로테아제라 불리는 단백질 분해 효소는 콩 단백질을 잘게 쪼개 아미노산과 펩타이드로 전환한다. 이때 생성된 작은 단위의 물질들은 소화가 훨씬 용이하고 체내에 쉽게 흡수된다. 또한 분해 과정에서 고소한 향과 깊은 감칠맛이 형성되며, 이는 단순한 영양 개선을 넘어 풍미의 진화를 의미한다. 결국 콩 발효는 원재료의 단백질을 재구성해, 영양학적으로나 미각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학적 변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2...